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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몸의 움직임 그 이상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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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몸의 움직임 그 이상이다

성장 더하기 + 2024. 7. 2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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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몸의 움직임 그 이상이다

 

산책은 정신은 그저 가만히 있는 채 

몸만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행위가 아닙니다. 

만일 산책하는 이가 움직이는 기계이고 

몸이 움직이는 동안 정신은 조용히 쉼터로 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산책은 그것이 가진 모든 매력을 모조리 잃고 말 것입니다. 

정신을 가꾸지 않는 천한 사람이 아니라면 

산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아주 분명합니다. 

산책의 매력이 내미는 손에 이끌리고, 

이것이 주는 정신의 욕구를 채우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교양, 

결코 아무나 소유하지 못하는 사상적 바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그저 생각 없이 겨우 먹고살기에 급급한 이들은 

산책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습니다. 

정신을 활동시키지 않는 자, 

그리고 정신을 쓰더라도 그저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자도 이에 해당합니다. 

배움에 힘쓰는 사람이라면 이런 황폐한 상태를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면 산책을 할 때 정신이 맡는 본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또 정신은 산책의 어떠한 면을 채워 줄까요?  

정신이 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신 활동을 신체 활동과 연결하는 것, 

기계적 운동을 정신적 활동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신체의 움직임은 정신에겐 휴식이 되며 

신체 건강 자체에도 도움이 됩니다.

 허나 여기서 정신을 너무 혹사시킨다면 

심신 건강이 누리는 이익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산책을 할 때 사색에 너무 기술적으로 몰입하는 것은 

진정한 산책이 아닙니다. 

정신이 회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책을 할 때 과하게 머리를 쓴다면 

심신의 노동이라는 이중고를 겪어, 

몸이 튼튼해지기는커녕 지치고 쇠약해질 수 있습니다. 

산책을 할 때 우리의 정신은 산책을 둘러싼 것들에서 

여유로운 사고의 대상이나 생각할 거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정신과 교양이 들어설 자리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산책은 형이상학적 또는 물리적 연구, 수학 문제 해결, 

역사적 사실의 반추에 적당하지 않습니다. 

즉 명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산책을 하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예리하고 세밀한 눈으로 날카롭게 관찰하는 행위는 

긴장 속에서 자연을 관찰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여유로운 산책과는 거리가 멉니다.  

산책이라는 영역 안에서 정신이 추구하는 것에는 

힘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산책은 진지하기보다는 유쾌한 놀이가 되어야 합니다.

 사물 위로 가볍게 둥실 떠올라야 하며, 

정신의 내부에서 외부로 발산되기보다는 

외부의 사물로부터 안으로 자극을 받아야 합니다. 

산책하는 정신은 사물에 격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주는 여러 이미지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며 유쾌한 통찰력으로 

기꺼이 자신을 이들에게 맡길 준비가 되어 있는 정신입니다. 

산책하는 정신은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주변의 것들에게서 받는 인상이 그냥 스쳐 지나가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산책을 할 때 일어나는 정신 활동은 

신체 건강을 향상시키며 고된 정신 활동에 휴식을 선사하는 동시에, 

상쾌하고 가벼운 활동을 통해 

정신이 멈추지 않고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깨어 있게 합니다.

 

산책 활동은 정신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 그 활동을 유지시킵니다. 

좀 더 생생한 표현을 빌리자면 

정신이 깨어 있도록 부드러운 진동을 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정신은 그 나름의 특별한 방식으로, 특별한 측면에서 학습합니다.

 산책을 통해 지력의 영역에 관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거나 

고귀한 신념과 오직 수고로움 및 노력을 통해야 얻어지는 

지적·도덕적 완벽함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그렇지만 정신은 산책을 통해 우리 인간 존재의 가장 섬세한 곳을 건드리는, 

인간과 자연의 직접적 합일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고요한 목소리를 이해하면 

가장 맑고 정갈한 즐거움이 피어납니다. 

더불어 자연은 무심한 듯 힘을 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정신 활동을 산책하는 이에게 허락합니다.

 

 

* 출처: 산책하는 법 (카를 고틀로프 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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