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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특별한 즐거움 본문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특별한 즐거움
자연에 대한 예리한 감수성을 갖추고 있으며
자연이 인류 전체에 얼마나 많은 가르침을 주는지 알고 있는 교양인은
자연의 고귀한 영향력 아래에서 살아야 합니다.
자연의 좋은 효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자연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을
다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설명은 사물 자체와는 별개이며,
책에서 얻은 자연에 대한 지식은
광물 수집가의 컬렉션에서 얻은 단순한 지식과 마찬가지로
죽은 지식일 뿐입니다.
일상적 자연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자연물에 대한 그림과 글에는
부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지만,
과연 누가 자연의 모든 구성물을
그림과 설명만으로 알고 싶어 할까요?
우리 인간의 마음은 자연의 삼라만상이 전체적으로 펼치는
큰 그림의 강력한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할진대 자연에서 떨어져 나가 죽어 버린 자연물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운 조화를 마음에 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예술적으로 묘사된 풍경화 속 자연물은
자연 속 대상과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그러나 자연의 영향권에서 산다는 것이
반드시 시골 생활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시골 사람들은 자연 속에 살고 1년 내내 여러 자연현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실은 자연을 가장 적게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자연에 파묻힌 삶의 방식이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오히려 무디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농사를 짓는 농부도 아니면서
시골에 오랫동안 거주하는 사람은
끝내 자연에 무감각해질 것입니다.
습관은 모든 것의 매력을 빼앗아 갑니다.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을 번갈아 영위하는 사람만이
자연에 대한 감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며,
자연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를 중요한 요소로 꼽는
지성의 세계 안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문화와 문학의 세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배움과 독서를 멈추지 않듯,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려면
꾸준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자연은 극히 다양하고 변화무쌍하여
장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같은 장소에서도 그 모습이 변화합니다.
자연에 대한 깨어 있는 관심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선
인간의 정신도 자연에 대한 감각을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합니다.
자연에 대한 감각은
자연과의 접촉을 통해서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 사이의 우정과 비슷합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국엔 아무리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도
친구에 대한 우정, 여기서는 자연에 대한 우정이
마음속에서 사그라지고 말 것입니다.
자연은 여러 막으로 구성된 연극과 같으며,
하나의 막은 여러 장으로 구성됩니다.
만일 관객이 특정한 몇몇 장이 공연될 때만 자리에 앉아 있고
그것도 모자라 옆 사람과 떠들며 시간을 보낸다면
과연 연극 전체의 내용을 알 수가 있을까요?
자연을 더 가까이 접하기 위해 아름다운 계절을 골라
시골에 머무르는 사람이 자연을 바로 곁에서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선 기회만을 얻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연이 이끄는 대로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야외에서 자주 걸으면 자연에 대한 감각이 길러져
우리의 마음도 유익한 영향을 받습니다.
조금이나마 고상한 품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 속에 있을 때 자신 안에 있는 순수함과 사람다움을 발견합니다.
그 사람의 본성 속 모든 선함이 그곳에서 만개합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도시 생활과 인간관계를 겪으며
마음속에 갇혀 있었거나 스스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자연 속에서 깨어나 참된 모습과 오염되지 않은 정직함으로
그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자비·진심·개방성으로 가슴이 웅장해지고,
시기심·미워함·이기심의 연극에 가려져 있던 아름다운 인간성은
순수한 자태로 나타나 자연의 거울에 비춰집니다.
타락하지 않은 심성의 소유자라면 이따금씩이라도
자연을 접하지 못할 때 답답함을 느낄 것입니다.
야외에서 자주 걷게 되면 자연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도시인 가운데 자연에 무지한 이가 얼마나 많은지!
나무가 언제 꽃을 피우는지도 모르고,
씨앗이 돋아나는 것을 본 적도 없으며,
익은 과일이 시장에 나오기 전 모습을 본 적도 없고,
1년 중 수확 시기가 언제인지 전혀 모릅니다.
그들은 아름답기 짝이 없는 자연현상들을
무심히 스쳐 지나 보내는 것은 물론,
장면이 바뀜에 따라 펼쳐지는 유려한 장관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 결과 그들이 얼마나 많은 귀한 즐거움을 놓치는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과 함께 걸어가며
눈앞에서 다양하게 옷을 바꿔 입는 자연의 조화를
직접 경험하는 자연의 친구만이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장소, 모든 부분,
모든 자연경관에는 고유한 특성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자연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특정 감정으로 인식합니다.
자연의 풍경은 그 자체로는 매우 흥미로울 수 있으나
그 순간 자신의 감정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저 우연한 기분에 따라
자연 풍경을 이러쿵저러쿵 판단한다든지,
각각의 자연물이 원래 지닌 특성에 대한 공정한 성찰 없이
그때그때의 감정에 경도되어 접근한다든지,
숭고하거나 상쾌하거나 두려움을 자아내는 자연의 면면을
자신의 편파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전적으로 피하기까지 한다면
자연에 대한 평가는 기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또 자기 자신과 자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에
시골길을 걷더라도 산책 본연이 가진 유용함을
결코 다 누리지 못할 것이고,
취향은 줄곧 한쪽 방향으로만 치우치게 될 것입니다.
* 출처: 산책하는 법 (카를 고틀로프 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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