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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성장 더하기 + 2024. 7. 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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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5만 년 전 발사 무기를 들고 유라시아로 진입했는데 

이때 사냥과 채집을 하기 위해서 

빙하시대에 존재하던 거의 모든 천적을 싹 쓸어버렸다. 

늑대는 예외였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수천 년 전에 농경인이

새끼 늑대를 몇 마리 주워 집으로 데려갔고

길들인 새끼 늑대들을 수 세대에 걸쳐 번식시켜

더 길든 늑대를 얻음으로써

우리의 사랑스러운 개가 만들어졌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진화의 작용 원리를 토대로 따져보자면,

이런 추정은 불가능하다.

늑대의 가축화는 적어도 농경인이 첫 씨앗을 뿌린

1만 년 전보다 먼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최초로 개와 함께 살았던 사람은 수렵채집인들이었을 것이다.

빙하시대에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늑대를 가축화했다고 가정하면

비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나올 뿐이다.

사람들은 사람에게 가장 친화적이고 가장 덜 호전적인 늑대만을 골라서

10여 세대 이상을 번식시켰어야 한다.

그랬다면 적어도 수백 년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랬다면 수렵채집인들은 이 덩치 크고 충동적 공격성을 지닌 늑대들과 지내면서,

고생해서 얻은 고기의 상당 부분을

날마다 성체 늑대들과 나눠 먹으며 살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그보다는 사람이 통제하는 가축화 이전에

하나의 가축화 단계 즉, 자기가축화 시기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사람이 무언가 창조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막대한 양의 쓰레기일 것이다. 

오늘날에도 수렵채집인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바깥에 내다버리고 

천막 밖으로 나가 용변을 본다. 

정착해서 사는 인구 집단이 많아지면서 

주린 늑대들에게는 밤에 즐길 맛난 먹을거리가 많아졌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버린 뼈도 좋은 야식이겠지만, 

조리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소화가 빠른 사람의 똥도 

음식 못지않게 영양가가 풍부하다.

사람이 사는 천막에 접근할 만큼 침착하고 용감한 늑대라면

이 똥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늑대들에게 번식상 이점이 있었을 것이고,

이들이 같이 쓰레기를 뒤져 먹고 또 이들끼리 짝짓기했을 것이다.

친화력 좋은 늑대와 겁 많은 늑대 사이에

유전자 이동이 일어나는 빈도는 감소했을 것이고,

사람의 의도적 선택 없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친화력 좋은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을 수 있다.

이렇게 친화력을 선택하고 단 몇 세대 만에 

이 특별한 늑대 개체군의 겉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십중팔구 털색과 귀 모양, 꼬리 모양이 모두 변했을 것이다. 

인류는 이 생김새로 청소부 늑대에게 점점 관대해졌을 것이고, 

머지않아서 이들, 원시 개에게 우리의 손짓을 읽을 줄 아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을 것이다.    

늑대에게는 다른 늑대들의 사회적 제스처를 이해하고 반응할 능력이 있었지만, 

사람을 보면 달아나기 바빠서 제스처까지 주의 깊게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매력으로 대체되자 

늑대의 사회적 기술은 사람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사람의 제스처와 목소리에 반응할 수 있는 동물은 

사냥 동반자이자 안내자로 대단히 유용했을 뿐 아니라 

온기를 제공하고 늘 함께하는 반려동물로서도 소중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서히 천막 밖에 있던 그들을 불 곁에 오도록 허용했을 것이다.

개는 사람이 길들이지 않았다.

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다.

이 친화력 좋은 늑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현재 그들의 후예는 개체수가 수천만에 달하며

지구의 모든 대륙에서 우리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으나,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늑대 개체군은

슬프게도 끊임없이 멸종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개에게 사람의 개입 없이 자기가축화가 일어났다면, 

다른 동물들의 경우는 어떨까? 

특히나 초기의 저 늑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 침입하는 동물들은?    

수천 년 전의 원시 개들처럼 도시에 서식하는 코요테도 

우리의 쓰레기를 뒤지는데, 사람의 쓰레기가 이들 식단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

도시의 코요테는 배수용 도랑이나 담장 밑, 수도관 안에서 새끼를 키운다.

그들은 평균 일 교통량이 10만 대가 넘는 고속도로를 건너다니고

각종 교량을 행인마냥 스스럼없이 이용한다.

나는 제자인 제임스 브룩스와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역의 생태통로마다

트랩카메라를 놓고 그 기록을 분석했다.

우리는 카메라로 걸어오는 코요테의 행동을 코드화하면

이들의 기질과 인구밀도 간의 상관관계를 볼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첫 분석 결과, 도시에 서식하는 코요테가 야생 지역에 서식하는 코요테보다

트랩카메라에 더 많이 다가오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코요테가 그저 기질 하나로 적응력 높은 동물이 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동물 36종의 자기통제력을 비교하는 실험을 수행했을 때,

코요테의 자기통제력은 개나 늑대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유인원과 같은 수준에 달하는 유일한 동물이었다. 

영국의 붉은여우의 밀도는

야생 지역보다 도시 지역에서 10배나 더 높다.

도시에 사는 북극여우는 번식 시기가 상대적으로 더 일러

한 살이 되기 전에 짝짓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유럽의 도시 지역에 서식하는 지빠귀는

야생 지역에 서식하는 친척들보다 덜 공격적이다.

그들은 번식 빈도가 더 잦으며 번식기가 더 길다.

그들은 또한 야생의 친척 종들보다 수명이 더 길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농도도 더 낮다.

플로리다키스제도에는 ‘키 사슴’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 토종 사슴 개체군이 있다.

키 사슴은 도시화된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데,

사람과 접촉이 없는 사슴보다 겁을 덜 내고 덩치는 더 크고

더 사회적이며 번식력도 더 강하다.

다른 도시 지역에서는 특이한 털색을 가진 얼룩 사슴이나

백색증의 흰꼬리사슴이 빈번히 출몰해왔다.

얼룩 사슴과 백색증 사슴에 대해서는 짧은 다리,

윗니가 아랫니를 덮을 정도로 짧은 턱,

긴 꼬리 등 ‘기형’에 관련한 일화를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이는 가축화징후에 속하는 형질 변화이기도 하다.

우리가 개의 인지능력이 얼마나 정교한지 밝혀낸 뒤로,

다른 연구자들도 가축화된 동물들의 지능에 대한 기존의 통념,

즉 가축화가 동물을 우둔하게 만들었다는 기존 생각의

재평가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친화력이 동물들의 인지능력,

특히 협력과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근거가 하나둘 쌓이고 있다.

헝가리의 인지신경과학자 요제프 토팔은

가축화된 흰족제비가 야생 흰족제비보다

사람의 제스처를 더 잘 이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점이 놀라웠던 것은, 일반적인 품종견들과 달리,

가축화된 흰족제비는 설치류를 찾아내는 등

사냥 같은 전통적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주인과 협력적 의사소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의 제스처를 읽어내는 흰족제비의 능력이

사람과 친해지면서 향상된 것임을 시사한다.

사회적 인지능력만을 기준으로 했다면

사람들이 흰족제비를 가축으로 선택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생물심리학자 오카노야 가즈오는

마니킨방울새 속에서 가축종 십자매와

야생종 흰줄무늬납부리새를 비교했다.

오카노야는 십자매가 흰줄무늬납부리새보다 덜 공격적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이 두 종의 배설물을 검사한 결과

십자매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농도가

흰줄무늬납부리새보다 낮게 나와

이들 가축종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십자매는 새로운 사물에 대한 두려움도 적었다.

오카노야의 관찰로 놀랍게도 가축종 십자매의 노래가

야생종 흰줄무늬납부리새보다 더 복합적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십자매는 다른 새들의 다양한 노래를 배울 수 있었지만

흰줄무늬납부리새는 자기네 아버지가 부르는 간단한 노래밖에 배우지 못했다.

두 종의 새를 같이 길렀을 때,

가축종 십자매는 야생종 흰줄무늬납부리새의 노래를 쉽게 흉내냈지만

흰줄무늬납부리새는 훨씬 정교한 십자매의 노래를 끝까지 익히지 못했다.

2008년 인구 집단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야생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서 

우리는 하나의 도시 서식 종이 되었다.

현재 30억 명인 도시 인구는 2030년이 되면 50억 명이 될 것이다.

가축화가 사람에게 쓸모 있는 희귀종에게서만 발생했음을 시사했던

다른 실험 모델들과 달리, 벨랴예프의 연구는

개체의 밀도가 높아지면 개체들 사이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대규모의 자기가축화라는 사건이 일어나리라고 보았다.

이 사건은 선택압의 강도, 개체 규모,

그리고 야생 개체군과 가축화 개체군의 유전자격리에 따라서

아주 빠르게 일어날 수도 있다.

두려움을 매력으로 대체함으로써 생존하는 데 사람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이라도 살아남을 뿐 아니라 번성하게 될 것이다.

 

 

 

*출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헤어, 버네사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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