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장 더하기 (1% growth more)
덜 먹고 우직하게 달려라 본문
덜 먹고 우직하게 달려라 (김고금평)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최종 대학 학력에 집착한다.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면 철저한 검증 대신
대학 명성이 가진 선입견에 휩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좋은 대학을 나온 이들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학력 선입견으로 원래 실력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이상한 속성이 배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강연에서 모 시장이 한 이 말은 꽤 정확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학 4년 공부로 평생 먹고 사는 경우가 많다.”
대학 입학에만 매몰된 세태를 지적한 것으로
일단 좋은 대학에 입학만 하면 자기 성장과 관계없이
대학 ‘브랜드’ 하나로 연명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좋은 실력을 갖춰서 성공하는 케이스만큼이나 브랜드 연명자를 많이 봤다.
신문기자 생활을 25년 가까이하면서 지켜본
눈에 띄는 사람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 부류는 최고 대학을 나왔지만 그 이후 목표가 또렷하지 않은 사람,
다른 한 부류는 명문대 출신은 아니지만 평생 어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
전자는 그 자리에 있을 때 빛나지만
한 걸음 앞으로 동행하기가 겁나고 불안하다.
후자는 처음엔 별 관심이 가지 않다가
시간이 갈수록 호기심이 생기면서
같이 일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두 부류의 가장 확실한 차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공부하고 있느냐’이다.
세상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 상황보다 이만큼 변했는데,
명문대를 나오고도 아직 수십 년 전 문법과 규칙으로
소통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입시에 비록 실패해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대학을 나와도
끝없이 변해가는 세상을 따라가며 다음 10년을 보고
현재 흐름을 깊이 통찰하는 이들이 있다.
내가 가장 놀랍고 흥미로웠던 동료는
앞으로의 미래에 더 천착한 모험가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분기마다 수십 권의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유연하게 다듬었고
작고 사사로운 일에도 큰 흐름의 실마리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집중하며 탐구했다.
그런 사람들의 대표적인 주자로 스티브 잡스를 빼놓으면 섭섭할 것이다.
그는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최고의 명문대를 나오진 않았지만,
스탠퍼드만큼이나 등록금이 비싼 그리고 교양과목에 역점을 둔,
나름의 권위를 자랑하는 리드 대학교를 다녔다.
그는 재미없는 전공과목을 6개월 듣고 바로 자퇴하는 대신,
재미있는 과목을 18개월 동안 청강하는 식으로 학교에 남았다.
브랜드보다 콘텐츠를 앞세운 순간이었다.
그에게 재미를 준 과목은 캘리그라피로,
훗날 애플의 맥킨토시 컴퓨터에 쓰인
아름다운 활자를 가능케 한 매개로 작용했다.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캘리그라피를 공부할 땐 몰랐지만,
10년 뒤에 이런 작은 과거의 점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연결 고리로 작용했다”라며
“그래서 현재가 미래로 연결된다는 사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모든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걸 믿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간 수없이 걷고 뛰고 다양한 근력 운동을 통해
건강에 전념하며 달달 외운 잡스 연설문의 핵심은 마지막 3장에 있다.
잡스가 어릴 때 즐겨 읽던 지구 백과 최종판 뒤쪽 표지에 적힌 글귀다.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망하라. 항상 우직하라.)
잡스는 늘 자신에게 염원하던 그 글귀를 다가올 세대에게 축사로 건넸다.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초,
때마침 악화하던 건강을 잡기 위해 시작한 식단과 건강 관리는
제법 2년이나 굳세게 이어졌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3km씩 뛰던 달리기는
어느새 6km에 이어 10km까지 뛰는, ‘놀라운 나’를 만들어 주었다.
달고 촉촉한 빵은 호밀빵으로, 과일주스는 채소로,
이렇게 아침을 챙겨 먹는 일도 이젠 하루를 여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발전하고 나아졌을까?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처럼 했을까?
‘루틴은 지겨운 것’이라는 단순한 명제가
사실은 가장 새롭고 현명하고 혁신적인 습관이라는 점을 제대로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니 그렇게 실행하고 나니,
잡스가 강조한 ‘헝그리’(hungry)와 ‘풀리쉬’(foolish)의 의미가 비로소 읽혔다.
직역으로 이해하면, 공복(hungry)은 최고의 건강 비결 중 하나인 다이어트이고
우직함(foolish)은 매일 같이 빼놓지 않는 반복의 운동이다.
단순한 반복은 ‘어리석은’ 소모가 아니라 성과와 도약을 약속하는 ‘우직한’ 습관이었다.
이런 반복이 어느 날 포기할 만큼 지겹거나 무료해지면,
그때서야 우리는 ‘열망이 부족해져서’를 가장 큰 이유로 찾을지도 모른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의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내뱉은 첫 일성은 “I’m still hungry”(나는 여전히 허기지다)였다.
작은 목표를 이룬 뒤 어떤 열망에 사로잡힐 때 쓸 수밖에 없는 표현으로,
어제의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남겨두는 최후의 동기가 ‘헝그리’이다.
‘헝그리’와 ‘풀리쉬’는 언뜻 결이 달라 보인다.
전자는 본능적이고 후자는 이성적으로 비치기 쉽다.
전자가 정신적 갈망을 주요 재료로 삼는 반면,
후자는 육체적 반복,노력, 부지런함을 동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육체 없이 정신 없고, 갈망 없이 노력은 일어나지 않기에
둘은 상호보완적이면서 필수불가결한 대상이다.
나는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둘의 가치를 빌어왔지만, 비단 건강뿐이겠는가.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해고된 뒤 초심자 마음으로 넥스트와 픽사등을 세워
다시 애플로 복귀하는 과정은 ‘배고픔’ 없이는 설명되지 않고,
지금의 윈도우 서체가 애플을 베꼈다고 말할 만큼
그가 걸은 한 길은 ‘우직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루틴의 힘 2』 라는 책의 에필로그에는 아주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있다.
그중 ‘더 나은 당신’이라는 말이 있는데,
‘더 나은 당신’이 행동을 좀 더 빠르게 하고, 의지력이 강하며,
추구하는 가치를 더 자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은 당신’은 내가 믿어야 할, 믿을 만한 나의 가능성을 말한다.
다만, 믿을 만한 가능성은 아주 많이 힘겨울 뿐이다.
당신의 믿을 만한 가능성이 무엇인지는 당신만이 안다.
‘더 나은 당신’은 당신 행동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태어나고 죽는다.
‘더 나은 당신’은 확고히 정해진 과거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바뀌는 현재이다.
‘더 나은 당신’과 당신 자신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은
단순히 어제의 당신을 이겼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최고의 나를 따라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더 나은 당신’도 알고 있다.
경주에는 스릴이, 움직임에는 즐거움이,
닿을 수 없는 것들을 향한 꾸준한 발걸음에는 벅찬 성취감이 따른다는 것을.
그러므로 더 나은 자신을 찾아 여정을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식단을 챙기고 운동을 열심히 할 땐 그게 나름의 최선이자 역할이라고 여긴다.
단순히 건강을 위한 ‘학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꽤 시간이 지난 뒤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며 달라진 모습을 비교하고
“왜 나는 30대 때보다 더 힘들지 않고 좋아 보이지?”같은 소회를 늘어놓을 때
비로소 ‘더 나은 오늘의 당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제 ‘더 나은 내일의 당신’을 위해
내게 주어진 믿을 만한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잡스의 말대로
“Even when it leads you off the well-worn path”(그것이 설사 험한 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에 일어나 공복 상태로 루틴처럼 뛰면
최고의 다이어트를 경험하고 건강을 찾을 게 분명하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덜 먹고 우직하게 달려라”.
* 출처: 덜 먹고 우직하게 달려라
기자의 집요함으로 찾은 단 하나의 건강 습관
(김고금평)
'책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명언 ! (0) | 2024.07.18 |
---|---|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0) | 2024.07.16 |
부자가 되기 위한 10년, 금방 지나간다 (2) | 2024.07.14 |
나를 바꾸지 않고 부자가 될 수 없다 (0) | 2024.07.13 |
“비관적일수록 낙관하라” - 프리드리히 니체 - (1) | 2024.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