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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본문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1987년 탈 벤 샤하르는 스물한 살의 나이에
이스라엘 전국 스쿼시 선수권 대회에서 최연소 챔피언이 되었다.
우승한 순간 그는 가슴이 벅찼고 행복했지만
세 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은 사라져 버렸다.
스쿼시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스포츠도 아니고
선수도 몇천 명밖에 안 되는데 거기서 1등을 한 게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그는 세계 챔피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영국으로 떠났다.
하루라도 빨리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었던 그는
한시도 쉬지 않고 고된 훈련을 거듭했다.
그 결과 영국으로 간 지 1년 만에
청소년 메이저 대회의 결승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불안감과 긴장감에 시달리던 그는
갑자기 발에 쥐가 나더니 팔다리에도 쥐가 나
눈앞에서 1등을 놓치고 말았다.
게다가 1년 가까이 무리하게 몸을 혹사시킨 탓에
스쿼시마저 그만두어야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만 하고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은
그가 운동을 그만두고 하버드 대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저서 《완벽주의자를 위한 행복 수업》에서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모든 교재를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읽어야 하고,
모든 리포트와 시험에서 완벽한 점수를 받아야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했고,
그래도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리포트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치르고 나면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 그는 항상 최고점을 받았지만 불행했고
심지어 나중에는 공부 그 자체를 싫어하게 되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몸도 마음도 지친 그는
점점 더 불행해져만 가는 자신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불행과 불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오랜 연구 끝에 깨달은 것은 하나였다.
완벽에 대한 집착과 강박으로 인해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만 했고,
그럼에도 자꾸만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돼 늘 불안했으며,
그로 인해 삶은 피폐해졌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긍정 심리학을 연구한 그는
현재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과거의 자신처럼 불행한 완벽주의자로 살지 말라고 조언한다.
완벽주의를 포기한다고 해서
절대 삶이 무너지지 않으며,
오히려 삶을 더 즐기면서 잘 살게 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나는 그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실패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들은
‘사는 재미’를 모른다.
매일같이 높은 목표를 세워 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오늘을 다 바치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루지도 못했는데 도중에 삶을 즐긴다는 건
그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놀고 싶지만 내일 볼 시험을 걱정 하느라 놀 수 없는 학생처럼 말이다.
문제는 완벽주의자들에게는 매일이 시험이라는 데 있다.
심지어 그들은 매일 100점을 맞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아이고, 실수할 수도 있지 뭘 그래요?’라고 말하는 건 실례다.
그들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사람들에게 바로 외면당하고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완벽한 준비를 꿈꾼다.
대학교 입학 전에 대학교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취업 전에 회사에서 필요한 것들을 다 준비하고,
엄마가 되기 전에 엄마 될 준비를 마치고 싶어 한다.
결혼하려면 아파트가 마련되어 있어야 하고,
경제적 능력이 없이는 애를 낳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이럴 땐 어떡하지?’, ‘저럴 땐 어떡하지?’ 하면서
경우의 수를 따져 볼수록 준비 목록은 더 늘어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느라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계속 준비만 하다가 인생을 다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다.
내일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그 모든 위험성을 예측하고 예방해 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60점 이상이면 통과인데,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과
‘60점만 넘으면 되지 뭐’ 하는 사람의 준비 과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60점만 넘으면
똑같이 필기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하나라도 틀리면 큰일이 날 것처럼
불안에 떨면서 시험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60점만 넘으면 되는 것 아닌가.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준비해도 ‘완벽한 준비’란 있을 수 없다.
회사가 원하는 스펙을 다 채우려다 보면
서른을 훌쩍 넘겨도 취업하기가 어렵고,
꼭 내 집 마련을 한 뒤에 결혼하려면
언제 결혼할 수 있을지 까마득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니 더 이상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60퍼센트만 채워졌다고 생각되면 길을 나서 보라.
어느 날 후배가 한숨을 푹 쉬며 나에게 이야기했다.
“집에 없는 게 너무 많아요.”
신접살림을 차렸는데,
정신없이 결혼하다 보니 빠뜨린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야 할 것은 많은데 돈은 너무 부족하고 그래서 속상하단다.
그릇 하나도 왜 이렇게 비싸냐며 한숨을 쉬는 그녀에게 내가 그랬다.
돌이켜 보면 나도 돈 걱정을 하긴 했지만
하나하나 직접 사서 없는 살림 채워 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고.
과일칼이 없어서 큰 칼로 과일을 깎아 먹고
밥주걱이 없어서 숟가락으로 밥을 뜨며 웃던 기억,
이거 살까 저거 살까 고민하다가 돈이 없어
비싼 건 못 사고 싼 걸 샀다가 후회한 기억,
큰맘 먹고 비싸게 주고 샀는데
먼지만 풀풀 날리는 가구를 보며 골머리 앓던 기억 등등
살림살이를 마련하며 생긴 추억도 한가득하다.
가구 몇 점 없다고, 그릇 몇 개 없다고 죽는 건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진다.
그리고 밥주걱을 사고 과일칼을 샀을 때 마음이 뿌듯했으며,
빈자리를 하나둘씩 필요한 가구로 채워 나갈 때마다
내 힘으로 뭔가 한 것 같아서 기뻤다.
살림살이를 채워 나가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느낀 것도 그때였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걸 준비할 수도 없었을 테고,
아무리 준비해도 살 게 분명 또 있었을 거라고.
그러니 조금씩 살림살이를 채워 가라고.
서둘러 준비했으면 오히려
집에 안 맞는 가구들을 사서 후회했을 수도 있다고.
조급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이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삶에는 늘 빈 구석이 많았고,
그 빈 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으면 어떤가.
가면서 채우면 되고 그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인 것을.
* 출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김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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