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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큰 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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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큰 집
- 신경림
이제 나는 시골 큰집이 싫어졌다.
장에 간 큰아버지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감도 다 떨어진 감나무에는
어둡도록 가마귀가 날아와 운다.
대학을 나온 사촌형은 이 세상이 모두 싫어졌다 한다
친구들에게서 온 편지를 뒤적이다 훌쩍 뛰쳐 나가면
나는 안다 형은 또 마작으로 밤을 새우려는 게다
닭장에는 지난 봄에 팔아 없앤 닭 그 털만이 널려
을씨년스러운데 큰엄마는 또 큰형이 그리워지는 걸까
그의 공부방이던 건넌방을 치우다가
벽에 박힌 그의 좌우명을 보고 운다
우리는 가난하나 외롭지 않고,
우리는 무력하나 약하지 않다는
그 좌우명의 뜻을 나는 모른다.
지금 혹 그는 어느 딴 나라에서 살고 있을까.
조합 빚이 되어 없어진 돼지 울 앞에는 국화꽃이 피어 싱그럽다
그것은 큰형이 심은 꽃. 새 아줌마는 그것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화사한코스모스라도 심고 싶다지만
남의 땅이 돼 버린 논뚝을 바라보며
짓무른 눈으로 한숨을 내쉬는 그 인자하던 할머니도 싫고
이제 나는 시골 큰집이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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