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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것

성장 더하기 + 2024. 11. 1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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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나는 아빠가 참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밥보다 술을 더 좋아했던 사람으로 

술 없이는 삼시 세끼를 먹지 못하는 술고래였다. 

하지만 아무리 술이 좋기로서니. 

수능 전날 자고 있던 아들의 방문을 열고 

술 냄새 가득한 입으로 노래를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마 그때쯤 확신했던 것 같다.
“나는 아빠처럼 살지 않겠다”고.
 
아빠는 일찍부터 동네 친구들을 잃었다.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오직 덕팔이 아저씨 하나로, 

아빠의 불알친구 중 대부분은 불혹이 채 되기도 전에 이승을 졸업했다. 

물론 그 이유조차 술 때문이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그래서 아빠는 힘든 날이면 유독 더 과음을 했다.
IMF로 잘나가던 사업이 망했을 때,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을 때, 

딸의 결혼식에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빠는 술을 더 많이 마셨다. 

술은 말없이 아빠를 위로해주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 꼴을 무려 35년이나 본 나는 

솔직히 내가 아빠보다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안 됐다. 

아빠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결혼을 했음에도 

집안의 별 도움도 없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큰 집을 구했다. 

그것도 모자라 아이 두 명을 너끈히 키워내는 기염까지 토했다. 

나는 자식 한 명 없는 지금의 삶도 버거운데. 

아빠는 가장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걸맞은 듬직한 삶을 살아냈다.
그렇기에 서른다섯, 나는 약 25년을 돌고 돌아 다시금 알게 된 것이다. 

아빠는 슈퍼맨이었다. 여전히.

소년의 인생은 즐겁다. 

청년의 인생은 힘겹고 아빠의 인생은 무겁다. 

내 인생이 제일 힘겹다고 생각한 시절을 지나 

누군가의 아빠가 되려 하는 지금, 

우리 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나는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고되다. 

나 하나 책임지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나를 넘어 아내와 자식, 그리고 양가 부모님까지 책임져야 하는 이 인생을 

아빠만큼 살아낼 자신이 도저히 없다. 그렇다.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뜻이었다.

 

인생은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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